기사를 읽다 보면 "OO 대학교 A 교수는 ~라고 지적했다"라거나 "분석가 B 씨에 따르면 ~한 전망이다"라는 형태의 인용문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기사 안에 전문가의 이름과 직함이 등장하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해당 기사의 메시지를 사실이자 신뢰할 수 있는 정보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미디어가 자주 활용하는 '권위에 대한 의존' 설득 기술입니다.

문제는 전문가의 입을 통해 전달된 의견이 언제나 '검증된 사실'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저 역시 예전에 한 신문에서 '세계적인 학자'의 발언을 인용한 경제 예측 기사를 믿고 개인적인 계획을 세웠다가 큰 오판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해당 발언은 학계의 통용된 정설이 아니라 그 인물의 극단적인 개인 사견이었으며, 심지어 해당 분야의 전공자도 아니었습니다. 전문가라는 이름표 뒤에 숨겨진 착시를 가려내지 못하면 잘못된 정보를 전문가의 권위와 함께 받아들이는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오늘은 뉴스에 등장하는 전문가 인터뷰와 인용문의 신뢰도를 측정하는 실전 가이드를 다뤄보겠습니다.

전문가 인용문에서 흔히 발생하는 3가지 오류

언론이 권위 있는 인물의 발언을 기사화할 때 자주 나타나는 왜곡 패턴입니다. 인용문 자체는 사실일지라도, 그것을 다루는 방식에 따라 정보의 가치가 달라집니다.

  1. 전문 분야의 불일치(전공 외 발언)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낸 저명인사라고 해서 모든 분야의 전문성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저명한 물리학자가 경제 정책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내놓았을 때, 미디어가 이를 '전문가의 견해'로 과장하여 보도하는 경우입니다. 해당 인물의 직함이 기사 주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전문 영역인지 반드시 구분해야 합니다.

  2. 학계나 업계의 '소수 의견'을 대등하게 배치하기 특정 분야 전문가의 99%가 A라는 결론에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1%의 소수 의견을 가진 전문가 B 씨의 인터뷰를 기사에 절반 비중으로 실어 마치 두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것처럼 연출하는 경우입니다. 이는 기사의 중립성을 가장하여 독자에게 착시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양비론적 왜곡'입니다.

  3. 앞뒤 맥락을 제거한 '자르고 붙이기(Cherry-picking)' 전문가가 1시간 동안 진행한 브리핑에서 "전체적으로는 유익하지만 조건부 위험도 존재한다"라고 언급했을 때, 기사는 "위험 존재한다"라는 문장만 발췌해 제목과 본문에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전문가의 본래 취지와 완전히 반대되는 방향으로 정보가 재가공될 수 있습니다.

전문가 발언의 신뢰도를 측정하는 3가지 검증 질문

기사 속 전문가 인터뷰를 접했을 때, 스스로에게 다음 3가지 질문을 던져보면 정보의 가치를 냉정하게 판별할 수 있습니다.

첫째, "이 전문가는 해당 사안과 직접 관련된 실무/연구 경력이 있는가?" 전문가의 소속 기관과 직함이 기사 주제와 일치하는지 확인해 보세요. 단순히 'OO 연구소 연구원'이나 'OO 대학교 교수'라는 포괄적인 타이틀에 현혹되지 말고, 그 사람이 실제로 해당 주제로 논문이나 실적을 낸 전공자인지 검색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인용된 의견이 독자적인 사견인가, 학계/업계의 공감대를 얻은 통설인가?" 전문가 한 사람의 발언이 다수의 동의를 얻은 사실인지 확인하려면 타 언론사나 관련 학회의 공식 입장문과 비교해야 합니다. 다른 전문가들이 해당 발언에 대해 어떤 리뷰를 남겼는지 교차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개인의 극단적 주장에 휘둘리지 않게 됩니다.

셋째, "전문가의 발언 뒤에 이해관계(Interest Conflict)가 얽혀 있는가?" 인터뷰를 한 전문가가 특정 기업의 자문위원이거나, 해당 정책으로 직접적인 이득을 얻는 집단의 이해관계자라면 발언의 중립성을 한 단계 낮추어 해석해야 합니다. 진정한 전문가의 의견일지라도 소속된 조직의 이익을 대변할 때는 편향이 개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권위를 존중하되 맹신하지 않는 수용 태도

전문가의 견해는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데 훌륭한 이정표가 됩니다. 하지만 '누가 말했는가'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그 말이 증명 가능한 데이터와 논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가'입니다.

아무리 유명한 학자나 인물의 발언이라 하더라도, 근거 없는 단정이나 감정적 표현에 불과하다면 그것은 전문가의 '의견'일 뿐 '사실'이 아닙니다. 권위를 존중하되 그것을 무조건적인 진리로 받아들이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합니다.

핵심 요약

  • 전문가의 이름값에 현혹되지 말고, 기사 주제와 실제 전공 분야가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특정 인물의 단독 주장이 학계나 업계의 통설인지, 아니면 개인의 소수 의견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 전문가 발언 뒤에 상업적·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지 파악하여 편향성을 가려내야 합니다.

다음 편 예고 다음 글에서는 속보 경쟁 속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오보를 선별해내고, 시간 차이를 두고 정보를 검증하는 '시간차 검증 루틴'을 알아보겠습니다.

뉴스를 보시다가 저명인사나 전문가의 발언이 나중에 사실과 달라 당황하셨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여러분의 의견을 댓글로 자유롭게 공유해 주세요!